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고 호기롭게 회사 밖으로 나왔다.
5년 만에 맞는 긴 휴가를 보내고 있다.
나는 독서 신봉자다.
대학생 때 독서에 대해서 궁금한 게 있었다.
과연 독서는 시간을 내서 해야하는 것인가
남는 시간에 하면 되는 것인가
책을 잔뜩 읽어보면 결론을 낼 수 있을 것 같아 4개월 동안 '1일 1책'을 해봤는데
결론은 '시간을 내서 해야하는 것'이었다.
독서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쓰기로..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가능하면 꼭 '독서의 가치'를 공유한다.
그래서 작년에 '내 미래의 직업은?'에 공저자로 참여해서 책을 쓸 때 한 꼭지를 독서에 대해 썼다.
그런데 취업한 이후에는 책을 읽을 여유가 없었다.
그냥 정신 없이 일에만 몰두했다. 최근 2-3년 동안은 특히 그랬다.
독서를 많이 한 걸로 유명한 채사장도 졸업 후 한동안 책을 거의 못 읽었다고 하니
내가 그렇게 못난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런 위로를 하며 지냈다.
퇴사 후 긴 휴가가 생기면 오랜만에 독서를 진득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런저런 일들로 영 읽지 못하다가 오늘 서점에 가 책을 두 권 샀다.
그 중에 하나가 손석희 전 JTBC 앵커의 '장면들' 이다.
평소에 손석희라는 사람이 궁금해서 쓰신 책이 있다면 읽고 싶었는데 93년에 쓰신 '풀종다리의 노래'가 유일했다.
너무 오래된 책이라 영 땡기지 않았다.
얼마 전 에세이가 출간되었다고 해서 꼭 읽어야겠다고 찍어놨던 책이었다.

총 8꼭지 중에 2꼭지를 읽었는데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 바가 있어 이렇게 글을 쓴다.
이 책을 구성하는 축은 '어젠다 키핑(Agenda keeping)'이다.
매체에서 의제를 설정하는 것(agenda setting)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지켜나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인데
손석희 전 앵커님이 JTBC의 뉴스 책임자로 있을 때 붙잡고 있었던 신념이었던 것 같다.
손 전 앵커님이 스스로 만들어낸 저널리즘의 방법론 중 하나라고 한다.
Agenda keeping이 왜 중요한지 내가 이해한 바를 정리해보자면,
분명히 공적 이익이 되는 이슈를 매체가 끝까지 붙잡고 간다면(즉, 보도한다면)
결국 모두에게(심지어는 그 보도의 대상에게까지도) 선한 영향을 미치며
사회적 변화가 뒤따를 수 있다는 것
손 전 앵커가 JTBC의 수 많은 사람들과 함께 지켜냈던 agenda가 무엇있지 이 책에서 볼 수 있다.
나는 미디어에서 의제를 정할 때 중요성, 시의성, 화제성 정도를 고려하지
이러한 신념과 철학까지 담겨있을 줄은 몰랐다.
그리고 스스로 '내 일과 인생에 대해서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가?'
물어보게 되었다.
돌아보면,
눈 앞에 닥친 문제, 위에서 내려온 과제, 목표를
어떻게 하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해치울 것인가에 몰두했고
어떻게 하루 빨리 부와 성공을 일구어
그럴 듯하고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을까에 혈안이 되어있었다.
생각하며 산 것이 아니라
얄팍하고 일차원적인 목표를 쫓아가면서 그냥 살아지는 대로 살았던 것을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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