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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이야기

약사가 왜 제약회사에 가나요?

by 회사 다니는 약사 2021. 7. 10.

 

"왜 제약회사에 가셨나요?"

"만족하시나요?"

"계속 다니실 건가요?"

 

학교 졸업 후 멘토링이든 강연이든 '진로'를 주제로 학생들과 이야기 할 기회가 많다.

학생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적은 월급과 스트레스(인간관계에서 오는)를 동시에 받으며 다닐만 하십니까?" 이다.

 

약사의 진로는 다양한데, 생각나는 대로 꼽아보면 이렇다:

- 약국 (병원 내 약국과 구분하기 위해 '지역 약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 병원 내 약국

- 회사 (제약바이오 산업 내 회사가 주를 이루는데, IT/금융 등 그 외 회사에 다니는 경우도 종종 본다)

- 공직 (식약처, 심평원(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보건복지부 등)

- 교수

- 그 외 (법조인(판사/검사/변호사), 변리사, 제약과 관련 없는 창업 등...)

 

이 중에서 약사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것은 약국, 병원약국, 회사 순이다 (공직에 약사가 너무 부족하다고 한다. 공직으로도 많이 가시길ㅜ)

약사 1-5년차 평균 수입은 약국 > 병원약국 > 회사 순이다

많은 학생들이 회사 평균 초봉을 듣고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특히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집안 사정 상 빨리 많은 돈을 벌어야 하는 학생들이 그렇다.

 

왜 회사 월급이 가장 적을까?
이유는 명확하다

 

지역 약국과 병원 약국에서는 '약사 면허'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약사 면허 소지자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수가'를 받으며, 지역 약국은 약사만 개설할 수 있다.

 

그런데 회사는 다르다.

회사에서 하는 일은 약사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물론 제조관리책임자, 수입관리자, 안전관리책임자처럼 약사 먼허를 요구하는 자리가 있는데, 몇 명 되지 않고 보통 해당 부서의 장(head)이 그 직책을 맡으므로 논외로 하겠다)

 

보통 약사들이 근무하는 부서는 RA(허가), 임상, PV(약물감시), 영업, 마케팅, MSL(한글 명칭이 없군요), 학술, MA(약가), 연구, 교육, QA 등등인데, 전공이 무엇이든 일단 회사에 들어가서 배워가며 일을 한다.

약학을 전공하면 약학적 지식을 갖고 있고, 제약산업에 대한 이해가 높은 편이다. 적응하는데 수월한 면은 있다. 특히 PV, RA, 학술, MSL은 약학적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물론 개인차는 있다. 개인 역량에 따라 적응하지 못하거나 계속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약사도 몇명 보았다.

 

회사 입장에서는 신입 약사가 좀 적응을 빨리 할 수도 있고 역량이 뛰어날 가능성도 있지만, 약사라고 처음부터 월급을 아주 많이 줄 필요는 없는 것이다.

약사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이라고 해서 차원이 다르거나, 회사의 수익을 직접적으로 더 올려주거나 하는 것은 아니므로..

(회사에 따라 신입 약사의 연봉이 약간 높은 경우도 많다. 국내 제약회사의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큰 금액은 아니다. 높다고 해도 약국이나 병원약국에서 받는 것에는 훨씬 못미친다)

 

그럼에도 회사를 선택한 것은

회사라는 큰 조직이 어떻게 움직여서 의약품이라는 유형의 가치를 만들어내는지 궁금했고, 그 과정을 경험하고 나도 기여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협업하는지, 각 부서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고 싶었다.

그리고 약국처럼 작은 조직보다는 다양한 사람과 어울리며 일을 하는 것이 나의 성향에 잘 맞을 것 같았고, 내가 좀 더 신나게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돈을 조금 덜 벌더라도 말이다.

시간이 지나 연봉은 오를 것이고 (돈 잘버는 약국장 (약국 개설자. 그러니까 약국 주인) 보다 더 많이 벌기는 힘들 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 연봉이면 내가 사는데 큰 불편이나 불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회사 생활 5년차인 지금, 내 판단이 맞았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여기가 잘 맞다.

재밌고 흥분되는 순간을 매일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