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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약대생활

제36차 전국 여약사대회 봉사 후기

by 회사 다니는 약사 2013. 11. 7.
  2013년 10월 26일과 27일, 광주에서 '전국여약사대회'가 열렸다. 대한약사회에서 주최하는 행사로, 1200여명의 약사들이 모였다.


  20여년 만에 광주에서 여약사 대회가 열렸다. 한동안 광주에서 여약사 대회가 열리지 않은 이유는 천 여명의 인원을 수용할 만한 숙박시설이 마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1990년 1차 전국 여약사 대회 때도 천 명이 넘게 모였다고 한다 - 여약사회 홈페이지 참조) 이번엔 1200여명의 약사님이 6개의 호텔에 나누어 묵는 방안을 마련했는데, 이렇게 호텔 수가 늘어나면서 호텔에서 안내하고 관리할 인력이 더 많이 필요했다. 그래서 조선대학교 약학대학생이 이 행사를 보조하게 됐다. 학생인 내가 운 좋게 이런 행사를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약대생이 이 행사 진행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지난 9월에, 이 행사를 도울 봉사자를 모집한다기에 어떤 행사인지도 궁금하고, 선배 약사님들의 모습이 궁금하기도 해서 신청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컸다.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조선대 약대생 50여명이 봉사를 하게 됐는데, 주 업무는 숙소 안내와 행사장 보조였다.

  나는 호텔에 배정받았다. 빨간색 니트에 '광주광역시 약사회', '제36차 전국여약사대회'라고 적힌 어깨 띠를 두르고 호텔 로비에서 안내를 했다. 배정된 호실을 알려드리고, 문제가 생기면 도와드렸다. 약대생이라고 하니 귀여워해주셨다!

  우리 호텔은 약대생 3명과 광주광역시 약사회 소속 약사 2명이 한 조였다. 약사님께서는 조선대 약대를 졸업하신 선배님이셨다. 짬이 날 때마다 약사님께 이것저것 여쭤봤다. 대한약사회의 구성부터 시작해서 한약, 약국 운영... 어디서 쉽게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약사는 자본의 앞잡이가 되기 쉽다며 바람직한 약사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라고 하셨다. 왜 약사가 자본의 앞잡이가 되기 쉽냐고? 건강에 대한 기준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사람에게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환자로 만들 수도 있고, 건강한 사람으로 만들 수도 있다.

  약사님께서 운영하시는 약국이 우리학교에서 멀지 않다고 하셔서 꼭 놀러가겠다고 했다. 이번 달 내에 뵙고 그 후기를 쓰도록 하겠다!



  호텔에서의 할 일이 끝난 후에 행사장에 갈 수 있었다. 1부가 한창 진행중일때 들어갔는데, 가장 궁금했던 '여약사회 주요사업 추진 현황보고'는 놓쳐버렸다. 이걸 들으면 왜 여약사회가 있는 것인지 알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그래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했봤다. 여약사회가 존재하는 목적은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사진 출처: 한국여약사회 홈페이지)


  여약사회 홈페이지(www.kwpan.or.kr)에 들어가보니, 캐치프레이즈는 '한국 여약사회는 지구촌에 사랑, 봉사, 헌신을 실천합니다.'였다. 올해로 창립 22주년이 됐다. 여약사 대회가 36차인 걸 보니, 1년에 2번 정도 열렸나보다. 순수 봉사단체로 시작했으며, 2007년 부터는 KOICA 산하기관과 협약을 맺어 의료 빈국에 여약사들을 파견하고 있다고 한다. 2009년부터는 노인 봉사를 전문적으로 하는 실버디버션센터를 설립해 노령사회의 문제에도 도움을 주고 있으며, 정치성 기류에 휩싸이지 않는 봉사단체로 활동할 것이라 한다

  처음 '여약사대회'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약사 사회에서도 여자가 비주류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전국 남약사 대회'는 없기 때문이다. 분명 숫자로 하면 여약사가 더 많다. 보건산업통계를 찾아봤는데, 1995년에도 남자 18000명, 여자 25000명으로 여자가 더 많았다. 여약사회가 1990년에 만들어졌으므로 80년대의 남여비율은 어떤지 알고 싶었지만.. 1995년부터의 통계만 찾을 수 있었다(약사 수 통계는 1949년부터 있다
1949년~2007년까지 면허의료인(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약사) 수:
)

  머릿 수는 여약사가 더 많지만... 아시다시피 주요 보직은 거의 다 남자다.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모습이 약사 사회에도 그대로 있다. 그러고보니 우리 약학대학에도 학생회장, 동아리회장, 과대를 비롯한 대부분의 보직은 남학우가 맡고있다(참고로 우리 약학대학의 남녀비율은 비슷하다)
사회적 배경 때문이든 남자/여자의 성향차이 때문이든 약사 사회의 모습은 이렇게 형성돼왔고, 이런 약사 사회에서 여약사의 역할을 찾고 실천하기 위해 여약사회를 만든 것이 아닐까.



  2부는 강연과 공연 순서였다. 약사님들의 강연 중에서 성매매집장촌에서 약국을 운영하시는 이미선 약사님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모두 세 분의 약사님께서 강연을 하셨는데, 궁금하신 분은 다음의 기사를 참고하시면 되겠다.



  그리고 성악가 한 팀이 나와서 노래를 하셨는데, 알고보니 약대 교수님들이셨다. 진짜 프로같았다...


  10시 쯤 행사장에서 나와 우리끼리 뒷풀이를 했다. 역시 모든 행사의 마무리는 뒷풀이다! 까마득한 선배님께서 맛있는 걸 사주셨다. 졸업 후 사회에 나왔을 때 자신감을 가지라는 말씀을 해주러 오셨다고 했다.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고 든든한 선배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셨다. 자세한 이야기는 저에게 오시면 말씀해드리겠다! 처음 듣는 신기한 사실,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도 들었다.


  뒷풀이를 마지막으로 우리의 임무는 끝났다(여약사대회는 다음 날 아침 폐회식을 했다) 좋은 경험이었다! 어쩌다 전 임원이셨다는 분을 만났는데, 겨우 몇 마디 하는 와중에 기품과 카리스마가 느껴져서 '나도 저런 약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동기, 선배들과 부대끼는 재미도 있었다.



  한편, 비판적인 기사도 있다.

내년 4월 여약사대회, 세 과시용 정치이벤트로: http://www.dreamdrug.com/News/176809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앞두고 치를 37차 여약사대회에 대한 우려와, 이번 대회에서 있었던 몇 가지 논란을 지적한 기사다.



  다음에도 이렇게 약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오길 바란다.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에게 유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