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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약대생활

'협업을 통한 혁신' 2015 노바티스 국제 바이오 캠프 참가 후기

by 회사 다니는 약사 2016. 1. 13.

(조선대학교 교지 2015년 11월호 버전)

 

 

 

  

 

2015 Novartis International Bio Camp 참가 후기

 - 협업을 통한 혁신

 

70개의 별이 모이다

24개국의 대표 70명이 노바티스 본사(스위스의 바젤에 위치)에 모였다. 3 4일 동안 15개의 강의를 듣고 1개의 케이스 스터디를 하면서 중간중간 시티 투어, 캠퍼스 투어, 연구실 투어를 했다. 또 항상 서서 식사하는 스탠딩 만찬 형식이었는데 이 때 참가자들뿐만 아니라 노바티스 관계자들과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바젤 투어 중. 그룹마다 시티 투어 가이드가 따라다니며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강의는 20~40분으로 짧게 잡혀 군더더기가 없었고, 질의 응답 시간은 다소 넉넉해 많은 학생들이 질문할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강연은 노바티스 CEO인 조셉 지메네스(Joseph Jimenez)의 강연이었다. 제약산업의 규모는 점점 커질 것이나 신약을 개발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설명으로 시작해, 그 어려움을 노바티스가 어떻게 극복해나가고 있는지를 확신에 찬 눈빛과 목소리로 설명했다.

 

 

(캠프 첫째 날 강의 시간)

 

 

(캠프 둘째 날 강의 시간)

 

 

노바티스의 모토인 혁신은 촘촘하고 넓은 네트워크 속에서 이루어지는 협업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노바티스는 약 150개국에 지사를 두고 데이터를 수집하여 시장(market)이 원하는 제품이 무엇인지 분석한다. 그리고 미국, 중국, 영국, 스위스 등 무려 15군데에 세워놓은 연구소가 주축이 되어 세계 유수의 대학기업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재미있는 것은 구글, 퀄컴(디지털 무선 통신회사) 등 제약회사가 아닌 기업들과도 협업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바이오 벤처 펀드를 운영하며 신생 기업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키워낸다.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는 노바티스의 발판이 무엇인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세계의 기준을 배우다

이 캠프에서밖에 얻을 수 없는 진귀한 경험 한 가지가 있다. 바로 노바티스 임원들에게 평가를 받는 것이다. 제약산업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노바티스의 기준은 무엇일까? 내가 보기에 훌륭한 발표는 노바티스 임원들이 보기에도 좋을까? 우수 팀, 우수 활동자의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발표를 듣고 있는 심사위원들)

 

9개 팀의 짤막한 프리젠테이션이 모두 끝난 후 쉬는 시간에 사람들과 모여 프리젠테이션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를 비롯한 몇몇 친구들이 첫 번째로 발표했던 조를 칭찬했다. 인도네시아 청년 안도의 능숙하고 깔끔한 언사로 시작해 잘 짜인 한 편의 드라마 같았던 발표였기 때문이다. 발표에 사용한 슬라이드 또한 완성도가 높았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듣던 노바티스의 한 연구원은 난 그 조의 발표가 별로 였어. 깊이가 없었다고, 내용에 충실했던 건 네 번째 조였어.”라고 말하며 겉 포장보다 내용이 중요함을 학생들에게 확실히 짚어줬다.

70명 중에서 우수 수료자 3명을 뽑아 상을 주는데, 그 중 한 명이 나와 같은 팀이었다. 이 친구가 상을 받은 것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이 친구는 자신이 돋보이는 데에 집중하기 보다는 모든 팀원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했고, 팀의 조화를 위해 애썼으며,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동안 내내 재미있어하고 즐겼기 때문이다. 70명의 학생들 중에 이 친구를 가려낸 것에 감탄했다.

노바티스 임원들로 꾸려진 심사위원들은 화려한 발표보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을 중요시했고,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팀원들을 중재하는 데 애쓰는 사람을 높이 평가했다. 협업이 중요한 시대에 그에 맞는 인재를 가려낸 것이 아닐까? 배려와 공감이 필요한 때라는 걸 실감했다.

 

 (검정색 가디건을 입고 있는 친구가 우수 수료자 상을 받은 미스티)

 

바이오 캠프 그 다음

꿈 같은 34일을 보냈다. 이렇게 귀한 배움의 기회를 준 노바티스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캠프에서 배운 것은 협업을 통한 혁신이었다. 배운 것은 써먹어봐야 하기에 귀국 후 2015 9월 말 조선대학교 약학대학 제약산업학회를 만들었다. 제약업계의 현황이슈를 함께 공부하는 모임이다. 회원들 간의 정보 공유를 통해 효과적으로 지식을 습득하고 또 서로를 격려하며 제약산업 인재로서의 자질을 갖추는 것이 이 모임의 첫 번째 목적이다. 협업을 통해 혁신을 일으키는 첫 단계가 되길 바란다.

3 4일 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친구들이 생겼다. 아일랜드에서 온 잭은 바이오 기술 관련 회사를 창업하고 싶어한다. 스위스에 사는 마르셀은 노바티스와 같은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일을 하고 싶어하고,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올가는 임상 과학자가 되고 싶어한다. 내 꿈은 기업가가 되어 우리나라 제약산업에 보탬이 되는 것이다. 5년 후, 10년 후 나는 어떤 모습일지, 또 친구들은 어떤 모습일지 무척 궁금하다.

 

 

 

(3박 4일 동안 부지런히 친구들을 사겼다. 페이스북으로 계속 연락을 한다)

 

헤이 리(Lee), 우리 팀 정말 멋졌어. 그렇지?(Hey, Lee! We were an awesome team. Right?)”

바이오 캠프가 끝난 다음 날 아침이었다. 같은 팀이었던 미스티가 눈을 찡긋하며 웃어 보였다. 바이오 캠프는 나에게 새로운 우정과 세계 무대에 도전 할 용기를 선사했다. 이제 달려갈 차례이다.